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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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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 나의 첫 해외여행은 크루즈 여행 + 자전거 여행이었다. 15년 전, 나의 자전거와 함께 새마을호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국제 여객선 터미널에 가서 팬스타 페리호에 올랐다. 그리고 오사카항에서 내렸다. 수많은 승객들은 하선을 하자마자 터미널 통로를 따라 전철을 이용하기 위해 정해진 길을 가는데, 나 혼자 항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어느 방향으로 페달을 밟아야 할지 지도를 들여다보던 기억이 선명하다. 한 달간의 일본 여행도 좋았지만 19시간 동안 항해하며 크루즈에서 지낸 시간도 너무 좋았어서 막연하게 다음 크루즈 여행을 꿈꿔왔는데 벌써 15년이 되었다. 한 배를 탔다는 이유로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이 금방 친해지게 되더라. 나는 이 배를 탄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그 사람들은 나를 궁금해했다. 부산..
영국이 삼촌을 기억하며 2023년 4월 5일 식목일, 나의 사랑하는 막내 외삼촌, 영국이 삼촌이 산에 뿌려지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아버지가 카톡으로 영국이 삼촌 장례를 마쳤다고, 일부로 연락 안 했으니 엄마 마음 가라앉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라며 메시지를 보내셨다. 저 세상에 간 사람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엄마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마음 아팠다. 다행히 엄마는 씩씩했다 언제나 늘 그래왔듯. 영국이 삼촌은 참 특별한 사람이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마도 알코올중독자, 심신미약자,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가까이서 보면 늘 소년 같은 사람이었다. 정말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단연 가장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순수한 삼촌은 늘 사람들에게 이용당했..
우리집 남자들 내가 시골에서 지내던 아주 어린 시절, 우리 할아버지는 나를 몹시 이뻐했다. 마을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조차 피하던 소위 호랑이 할아버지였지만 하나밖에 없는 손자인 나에게 큰 사랑과 기대를 주셨다. 당신이 평생은 지내신 그곳에서, 나를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당신만의 세상과 시각을 보여주셨다. 읍내에 나가면 이발소, 사진관, 그리고 알사탕을 팔던 구멍가게를 들르곤 했다. 종이와 연필을 들고 지리산 산자락에 올라 앉아 맞은편 산자락을 바라보며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기도했다. 그런 할아버지가 서울에 올라와 지내셨을 때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매일같이 술을 드시던 모습도 이제는 이해가 간다. 시골집은 전통 한옥가옥이어서 가마솥 딸린 주방이 한쪽 끝에 있었고 화장실은 마당 건너 맞은편에 있었다. 심심한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