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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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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라는 병 가난했다.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려고 엄마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먹을 것을 주었기에 배를 곯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허덕이는 생활 속에서 생리적 부재와 정신적 부재는 막으려 해도 여기저기서 터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연민의 부족이라던가, 진취적인 계획과 행동 억제등이 있겠다. 그러한 결핍들 속에서도 나는 충분히 건강했는지,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많은 돈을 벌면서 나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가난이라는 병을 치유하게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과 별개로, 가난이라는 것은 정신병이었다. 물질적인 것으로 이 병을 치료하기에 얼마가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완벽한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낸다면 치료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전히 결핍을 느끼고 배를 채우듯 밑 빠..
중국동방항공 이용 후기 지난 4월쯤, 에어뉴질랜드 항공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왕복 항공권을 끊었을 때 약 150만 원의 비용이 들었었다. 미리 구입했던 것이라 이 정도 가격이고 휴가 일정이 가까워졌을 때는 약 180만 원 정도로 검색이 되었다. outbound ticket을 사용하여 한국에 도착했고, 사정상 돌아가는 일정을 앞당겨야 했다. 에이전시를 통해 구입한 티켓은 변경이 어려워서 취소했고 일정을 앞당기려다 보니 return ticket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리턴하기 위한 편도 항공권을 검색했을 때 이미 직항은 모두 매진이었고 경유편만이 남아있었다. 중국 항공사가 특히 많이 보였는데 나는 그중 상하이에 푸동공항을 경유하는 중국동방항공을 결재했다. 편도 가격만 150만 원이었다. 며칠 후에 출발..
작은 땅의 야수들 훌륭한 소설 한 권을 또다시 만나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지난 며칠 만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요즘 책을 읽는 패턴은 우선 한국어로 보통 읽고 마음에 드는 경우 영어공부를 위해 원본으로 다시 읽는 식인데 이 책은 분명히 영어 원본으로 읽게 될 것이다. 티끌 없는 번역을 한 박소현 번역가의 고뇌를 엿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잔인하다. 그 야수와 같은 본성으로 서로를 할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갖고 있는 존엄성, 순수함, 양심과 연민 등과 대비되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누가 누구에게 더 가혹했는가를 생각하다가 그 시대 전체의 아픔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다음은 이 시대의 아픔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주인공들에게 투영된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얼마나 있는..
무인도 탈출기 기대하며 기다리던 보팅날이 다가왔다. 우리는 아침 일찍 종민이네 공장에 모여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날씨를 한번 더 확인했다. 어제까지는 분명 좋았었는데 바다 날씨가 다시 안 좋아져서 서로 몇 번의 걱정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바다날씨예보는 믿을게 못된다며 금방 좋아지겠지라며 호기롭게 준비하고 타카푸나 램프로 향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모터에 시동이 걸리고 예상보다 잔잔한 바다 위에서 동쪽 멀리로 질주했다. 20분쯤 갔을까, 우리는 랑기토토와 모투타푸 섬의 중간에서 자리를 잡고 배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배를 멈추고 우리는 바다를 즐겼다. 낚시와 함께 풍경을 즐기고 와인을 마셨다. 가끔 전갱이나 작은 스내퍼가 올라오기도 했지만 신통치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작은 수확물에 개의치 않아 했다. 그러다가 누..
오클랜드 고층 빌딩 지난주, 오래간만에 시티를 방문해서 다이어리를 남겨본다. 뉴질랜드는 도시마다 중심에 작은 CBD를 갖고 있는데 그 규모가 아주 작아 고층빌딩이라 할만한 게 많지 않다. 지난 멜버른에 여행 중 43층 숙소에서 머무를 때 바다를 보며 하늘 위에서 자는듯한 짜릿한 기분을 느꼈었는데, 그 정도 되는 고층 빌딩은 뉴질랜드에 거의 없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각자의 매력이 있어 자꾸 비교하면 안 되지만 단적인 예를 들면 그렇다. 그리고 이번기회에 고층빌딩 현황을 알아보았다. 오클랜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Sky Tower로 328 meters 71층이다. 그리고 뒤를 이어 PWC Tower가 180 meters로 41층, The Pacifica가 178.7 meters로 57층 등 이 있다. Metropolis 155..
무능함과 유능함 오늘은 마음먹기에 달렸고 인생은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인생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 따위는 죽은 후에 아무 의미가 없다. 다만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냈을 때 사는 동안 스스로 빛날 수 있다. 그래도 만약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면, 예를 들어 당신의 신념이나 철학 따위를. 그것은 당신의 능력에 의해서 증명되거나 남겨질 것이다. 무능력한 사람은 무언가를 증명할 기회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능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유능한 사람이란 환경에 상관없이 작은 일이건 큰일이건 웃으며 처리할 수 있을 사람인 것 같다. 민원이형, 윤소장님, 이종준 과장님, 조지, 로니 파딜라 등등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 중 그런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다. 그들을 보며 느..
오클랜드 공무원 생활 어느덧 키위레일에 입사한지 1년이 되었다. 내가 해외에서 공무원으로 살아가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공기업에서, 그것도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뉴질랜드에는 전철이 많지 않다. 웰링턴과 해밀턴에도 있지만 오클랜드가 가장 크다. 오클랜드에 전철은 약 73km 구간이며, 5개의 라인에 총 38개 전철역이 있다. CRL project가 곧 종료되면 6개의 라인이 되고, 파파쿠라 남쪽으로 계속 전력화가 진행 중임으로 앞으로 계속 확장될 예정이다. 그리고 결국엔 약 2035년쯤 오클랜드와 해밀턴이 전철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오클랜드 공항라인은 아직도 매일 뉴스에서 왈가왈부하고 있는데 늦더라도 진행될 것 같다. 지난 1년간 많이 배웠고 업무가 익숙해졌다. Auckland metro 전체의 Tracti..
뉴질랜드 창업 두번째 이야기 예전에 뉴질랜드에서 할만한 창업을 리스트 해봤었다면, 이번에는 막연하게 리스팅 하는 게 아닌 방법론에 대해서 남겨보려고 한다. 이용한다라는 말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직장인은 회사를 이용한다. 회사는 당신을 이용한다. 자녀는 부모를 이용하고, 부모는 자녀를 이용하고, 배우자를 이용하고, 친구를 이용한다. 이용한다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면 감사함으로 바꾸자. 당신은 회사에서 유용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회사가 당신을 이용하는 것에 기쁘고 감사한 것처럼 당신이 회사를 이용함에 있어 기쁘고 감사해야 한다. 이곳 뉴질랜드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며 한국보다 유리한 점은 근무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여가 시간이 늘어났다면 그 늘어난 시간을 활용하여 이것저것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