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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무인도 탈출기

기대하며 기다리던 보팅날이 다가왔다.

우리는 아침 일찍 종민이네 공장에 모여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날씨를 한번 더 확인했다.

어제까지는 분명 좋았었는데 바다 날씨가 다시 안 좋아져서 서로 몇 번의 걱정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바다날씨예보는 믿을게 못된다며 금방 좋아지겠지라며 호기롭게 준비하고 타카푸나 램프로 향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모터에 시동이 걸리고 예상보다 잔잔한 바다 위에서 동쪽 멀리로 질주했다.

20분쯤 갔을까, 우리는 랑기토토와 모투타푸 섬의 중간에서 자리를 잡고 배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Sail tracking

배를 멈추고 우리는 바다를 즐겼다.

낚시와 함께 풍경을 즐기고 와인을 마셨다.

가끔 전갱이나 작은 스내퍼가 올라오기도 했지만 신통치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작은 수확물에 개의치 않아 했다.

Snapper

그러다가 누군가 한 명이 소변 얘기를 꺼냈고 나도 덩달아 신호가 왔다.

우리는 소변을 보러 모투타푸 섬으로 다가가 해변에 정박을 했다.

소변을 해결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였는데 그 경치에 홀려 거닐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Motutapu Island

우리는 섬을 둘러보다 바위 위에 가득한 굴을 보고 환호하며 따먹기 시작했다.

굴을 따면 미리 준비해 둔 초장을 찍어 그 자리에서 먹어 치웠다.

Oyster

그렇게 잠깐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해변에 물은 썰물로 저만치 빠져나가고 보트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우리 네 명은 힘을 합쳐 보트를 밀어보지만 이미 모래 속에 파묻힌 보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힘을 써보다 포기한 우리는 다음 밀물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 만조는 저녁 7시쯤으로 이미 어두워질 시간이었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Panorama view on the beach

원 없이 낚시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해변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사실 그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이 바로 스팟이었다.

던지면 물고, 던지면 물고, 물고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Gotcha

이곳에서 30마리 이상 잡았다.

작은 건 모두 놔줬고 크기가 되는 건 회로 먹었다.

하루종일 회만 먹으며 배를 채웠다.

정은이와 인영이는 보트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스내퍼가 너무 많이 잡혀 나중에는 미끼로 사용했고 종민이가 스내퍼 필렛으로 카와이를 잡는 데 성공했다.

거의 오자 가까이 되는 카와이로 대미를 장식하고 어두워지는 섬에서 우리는 만조를 기다렸다.

밀물이 보트에 닿자마자 섬을 탈출하겠다는 의지로 보트를 밀어댔지만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만조까지 기다려야 했다.

완전히 깜깜해지고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 결국 보트가 물 위에 떴고 우리는 배 위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생사를 가로 짓는 검은 바다를 건너 무조건 불빛 쪽으로 달렸다.

항로도 보이지 않고 램프도 보이지 않아 돌아가는 길은 두배로 걸렸다.

간신히 타카푸나 램프에서 배를 올리고 육지에 발을 올렸음에 안도했다.

회로만 배를 채워 탄수화물이 필요했던 우리는 식당으로 가려했지만 9시가 다 되어 더 이상 문을 여는 식당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각자 집으로 돌아와 라면을 먹고 다음날 저녁 다시 모였다.

알이 큰 스내퍼들과 카와이를 먹기 위해.

종민이와 인영이는 그 큰 고기들을 잘 다듬어 회, 물회, 탕, 그리고 구이까지 준비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고마운 친구들과의 잊지 못할 추억.

 

배는 앞으로 해변에 올리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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