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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오클랜드 공무원 생활

어느덧 키위레일에 입사한지 1년이 되었다.

내가 해외에서 공무원으로 살아가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공기업에서, 그것도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뉴질랜드에는 전철이 많지 않다.

웰링턴과 해밀턴에도 있지만 오클랜드가 가장 크다.

오클랜드에 전철은 약 73km 구간이며, 5개의 라인에 총 38개 전철역이 있다.

CRL project가 곧 종료되면 6개의 라인이 되고, 파파쿠라 남쪽으로 계속 전력화가 진행 중임으로 앞으로 계속 확장될 예정이다.

그리고 결국엔 약 2035년쯤 오클랜드와 해밀턴이 전철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오클랜드 공항라인은 아직도 매일 뉴스에서 왈가왈부하고 있는데 늦더라도 진행될 것 같다.

 

지난 1년간 많이 배웠고 업무가 익숙해졌다.

Auckland metro 전체의 Traction OLE 설비 관리를 단 한 명의 엔지니어, 내가 해왔으니 자부심도 느껴진다.

전체적인 maintenance 시스템 관리를 하며 Preventive와 Corrective를 하고, 업무를 계획하고, 직원 교육도 해야 한다.

이제 팀이 커져서 나를 도와줄 한 명의 엔지니어가 더 생겼으니 앞으로 조금씩 더 편해지길 바라본다.

 

낮과 밤을 바꿔가며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밤공기를 쐬며 현장에 있으면 기분이 좋다.

사실 사무실에 있으면 몇몇 하찮은 사람들로부터 정치적인 액션들을 내 두 눈으로 봐야 해서 조직 생활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나는 그래서 더 현장을 좋아한다.

 

입으로 일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경험이 많고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업무에 대하여 좋은 advice를 할 수 있고, 그런 consultant는 더없이 귀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실상 일에 열정을 갖고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고 조언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이 회사에 거의 없다.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혼자 다가오는 충격에 대비를 하고 조직에 책임을 분산하여 넘기는데 급급하다.

 

한국에서는 사장부터 말단직원까지 서로 좋아하던 싫어하던 어쨌든 서로 도우며 일을 해 나아간다.

하지만 이곳 회사문화는 내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일만 하고 전체메일로 거대한 조직에 던져 자신이 할 일은 끝났다는 액션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사실 그 최소한의 일만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중요한 행동양식을 한 가지 배운 점은, 월권은 매우 예민한, 절대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허가 없이 그의 업무를 도왔다가는 예의에 어긋날뿐더러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무실에서는 협업하고 현장에서는 땀 흘리는 그런 엔지니어가 되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보자.

 

One night on the H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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