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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월에 파친코를 읽고 이 책은 내가 올해 읽은 책중 최고 일 것이다 라는 섣부를 판단을 한지 몇 개월 뒤,

밀리의 추천으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만났다.

그리고 역시 세상은 넓고 좋은 책은 많구나를 느끼며 행복해했다.

문학과 비문학이라는 전혀 다른 장르지만 나는 가리는 음식이 없고 가리는 글이 없다.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글을 골고루 읽으면 마음이 건강해짐을 느낀다.

 

작가 룰루 밀러는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 여정에서 그녀는 가족들을 관찰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고, 사람들이 추앙하는 인물의 인생을 따라가며 환희를 느끼기도 한다.

돈과 명예, 권력을 모두 갖춘 당대 최고의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세상이 혼돈이라 말하는 과학자인 아버지를 뛰어넘기 위해, 질서를 외치는 조던의 과학은 그녀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철학인답게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과학인답게 과학을 의심한다.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불문율을 깨지 않기 위해 스포일러는 할 수 없지만 그녀가 제시하는 두 가지 주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첫째, "나"라는 존재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그물망이 되어 세상을 이룬다.

둘째, "범주"는 족쇄일 뿐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분류할 수 없다.

 

좋은 관계가 좋은 인생이다.

돈과 명예, 권력을 모두 갖추어도 좋은 관계가 없다면 좋은 인생일 수 없다.

당연하지만 증명하기 힘든 이런 사실을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름답게 표현해 냈다.

 

범주라는 강력한 개념은 유용하기도 하며 족쇄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분류를 잘하면 무언가를 배울 때 혹은 업무를 할 때 뇌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분류를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면, 이 책의 내용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 떠올랐다.

어떤 면에서든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을 따를 것인가?

그렇다면 어디까지 따를 것인가?

믿거나 존경하는 누군가에게 폭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히틀러에게 투표한 수많은 사람들처럼 악의 평범성에 빠져드는 것이다.

 

무지한 인간이 물속에 있는 생물은 어류라고 분류하는 것이 그럴싸해 보이는 것처럼,

우성, 열성의 인간이 따로 존재한다는 분류로 그럴싸해 보인다.

그렇게 믿는다면 그걸 증명하면 될 일이지, 차별이나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생각이던 행동이던 완벽한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야 한다.

다만 자신도 모르게 차별과 폭력의 굴레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르는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나보다 나아 보여서, 지지를 하거나 투표를 하는 식으로 자신의 힘을 전가하여 권력을 주었을 때 그 결과의 부작용을 생각해야 할 것이고, 책임을 전가하는 그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어린아이와 같은 짓인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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